‘AI가 곧 인류를 정복할 것이다.’
‘지배 당할 날이 얼마 남지 않았다.’
‘많은 직업이 대체될 것이다.’

재작년부터 그런 말을 들었다.
그때는 남의 이야기였다.
몇 년은 남았을 줄 알았다. 언젠가 닥칠 일이라는 것도 알고 있었다. 그런데 이렇게 갑자기, 이렇게 가까이 다가올 줄 몰랐다.
몇 개월 후 우리 회사는 매각된다고 한다.
우리 회사는 이제 이 시대의 마지막 전화 교환원처럼, 마지막 버스 안내원처럼 저물어간다.
3년 전부터 매출은 급격히 줄었다. 반전이 있어야 했던 올 상반기에도 상황은 나아지지 않았다. 우리의 서비스를 찾던 고객들은 더 이상 보이지 않는다.
누워서 입만 벌리고 있으면, 감이 뚝뚝 떨어지던 시절은 끝났다.
AI 의 침공.
남의 얘기라고 생각했던 그 말이, 이제 내 책상 앞까지 와 있었다.
매각 공지 이후, 사무실은 조용해졌다.
처음 며칠은 삼삼오오 모여 수근수근거렸다. 이제 각자 살 길을 찾느라 물밑에서 분주하다.
그리고 마지막 기말고사가 끝난 교실처럼, 이 곳에는 더 이상 목표가 없다.
황량함과 적막함, 당황스러움이 사무실 안을 꽉 채우고, 어깨를 짓누른다.
나는 또 뻔한 생각을 한다.
‘AI가 대체하지 못하는 일은 몸으로 하는 일이래’
‘기술을 배워볼까?’
그런 생각이 꼬리를 물다가, 결국 마른 세수로 끝난다.
에잇, 모르겠다.
마흔 중반, 어정쩡한 나이다.
이러한 사태를 직면하는 ‘적당한 나이’가 어디 있겠냐마는 나를 제일 걱정해야 하는 건 나니까.
이제 막 시작한 육아, 안 좋아지기만 하는 집값과 물가, 그에 비해 화려하지 못한 나의 커리어.
‘어째 나는 쓸모 있는 자격증이 하나 없을까?’, 허탈한 웃음이 난다.
심지어는 운전을 거의 못 한다고 봐야 하니, 운전 면허증조차도 쓸모없다. 아무리 걷고 뛰는 것이 나의 취미라지만…
어떤 날은 AI가 대체하지 못하는 일을 집중적으로 열심히 찾아본다.
다음 날은 할머니가 될 때까지 할 수 있는 정년이 없는 일을 찾는다.
또 그 다음 날은 ‘아니야, 이럴 때 일수록 나의 마음에 귀를 기울여야 해. 내가 뭘 좋아하는 지 차분히 생각해보자’ 며 좋아하는 일을 나열해 본다. 그래 봤자 헛수고 다. 노트에 쓰는 것이라곤
- 러닝, 책 읽기, 영화 감상, 만년필
다 놀고 먹는 것 아닌가? 양심도 없다.
다시 또 마른 세수.
우선 뜨거운 커피를 마시며 정신을 차려보자며 나간다.
생각을 하려 하면 할 수록 막다른 골목이다.
결국은 AI 침공이 문제가 아니네.
이런 고민은 대학 시절부터 쭉 해왔고, 뚜렷한 결론도 노력도 없이 시간이 흘러온 것 뿐이었다.
이 회사에 오기 전에도 같은 고민이었지만, 결국 적당한 이 회사에 들어왔다.
다시 같은 고민의 복판에 들어서게 된 것 뿐이었다.
AI가 내 자리를 빼앗은 것이 아니었다.
‘너는 무엇을 하며 살 것인가.’
오래 미뤄온 질문을 다시 받게 된 것 뿐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