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왜 나에게 이런 능력이 생긴 걸까?
아무리 고민해도 이런 이상한 일에 대한 답은 나오지 않았다.
“이제 고민하지 말자. 에라 모르겠다. 될 대로 되라. 내 마음대로 해보자.”
이제 내 고민은 하나였다.
언제, 어떻게 이 능력을 테스트해볼 것인가.
의외로 그 순간은 빨리 찾아왔다.
퇴근 후, 지하철역을 나서는 길이었다.
‘지금이구나.’
아이를 하원시키러 가는 길이었다.
여기서부터 어린이집까지는 팔백 미터쯤 된다. 평소라면 이때부터 숨이 턱까지 차오를 정도로 뛰었다. 머릿속으로 신호등이 초록불로 바뀌는 타이밍을 계산하고, 여기서 건널지 다음 횡단보도로 갈지 재빨리 판단해야 했다. 늘 분주하고 촉박한 시간이었다.
바로 그 분주함이 밀려오려는 순간, 손목의 스마트워치가 진동했다.
시간을 멈추시겠습니까?
확인 버튼을 누르자 세상이 다시 멈췄다.
스르르 긴장이 풀렸다.
매번 이 순간이면 기다리고 있을 아이 생각에 숨이 차도록 뛰어야 했는데, 이 전쟁 같은 시간을 이렇게 느긋하게 걸어갈 수 있다니.
나는 천천히 걸음을 내디뎠다.
지하철역 입구로 향하던 사람들의 바쁜 표정이 생생했다. 오래된 건물 사이에서 고개를 길게 내밀고 냄새를 맡던 고양이, 자전거 페달을 밟던 교복 입은 학생, 날개를 활짝 편 채 날아오르던 비둘기까지 전부 멈춰 있었다.
나는 좁은 골목길을 따라 천천히 걸었다. 오르막길 옆 중학교 담장을 지나는데, 하교하는 학생들 앞에서 담배를 문 채 연기를 뿜고 있는 아저씨가 보였다. 평소 쌓여 있던 짜증이 확 치밀었다.
“아주 잘 걸렸다. 학교 앞에서 걸어 다니며 담배를 피우면 어쩌자는 거야.”
나는 그의 손에서 담배를 빼내 바닥에 비벼 껐다. 그리고 구겨진 꽁초를 아저씨 주머니에 찔러 넣었다. 이마에 ‘금연’이라고 써 붙이고 싶은 마음은 간신히 참았다.
다시 천천히 걸었다.
길가의 개나리가 보였고, 벚꽃도 보였다. 이상한 일이지만, 이상하다는 감각마저 나쁘지 않았다.
그렇게 아주 천천히 걸어서, 마침내 어린이집에 도착했다.
시간을 다시 시작하시겠습니까?
스마트워치 메시지를 보고 확인 버튼을 눌렀다.
곧바로 놀이터의 아이들이 미끄럼틀을 타며 꺄르르 웃는 소리가 터져 나왔다.
시간을 확인하니, 지하철역 앞에서 멈췄던 바로 그 시각, 다섯 시였다.
“선생님 안녕하세요? ㅇㅇ이 엄마입니다.”
초인종을 누르고 도착을 알렸다.
“엄마!”
ㅇㅇ이가 나를 발견하고 달려와 안겼다.
나는 아이를 꼭 안으면서 생각했다.
'이 기능, 잘만 쓰면 정말 쓸모 있겠는데.'
그땐 아직 몰랐다. 내가 무엇을 잃게 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