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의 나른한 오후.
몸이 이렇게 나른해지는 걸 보면 봄이 오긴 했나보다.
오늘은 즐거운 금요일!
이번주 내내 끌어오던 주문 진행을 오전에 마무리했다.
개운한 마음으로 점심도 특별히 쌈밥정식을 푸짐하게 먹었다.
오후에는 쉬엄쉬엄 있다가 퇴근하면 된다.
그런데 막상 이렇게 여유있을 때면 시간이 너무나 안간다.
네이버, 네이트, 다음에 올라온 국제·정치·사회·연예 뉴스를 다 훑어보고, 밀린 생필품 쇼핑을 했다.
카톡으로 친구들과 수다를 좀 떨어보려 하지만, 다들 바쁜지 아무도 대답이 없다.
“에휴, 시간이 멈춘건가, 왜 이렇게 더디 갈까?”
현재 시각 네시 반.
퇴근까지 아직도 한시간 반.
이번 주에는 새벽 달리기를 네번이나 했다.
게다가 어젯밤에는 새로 공개된 드라마 시리즈를 보느라 열 두시가 넘어서야 잤다.
몸이 무섭다.
눈꺼풀이 서서히 내려온다. 슬며시 감다가 다시 크게 뜨기를 반복한다.
그러다 고개가 떨어진다.
얼른 정신을 차리려고 물을 한모금 마시고, 사탕도 먹어보았다.
하지만 졸음은 달아나지 않았다.
속절없이 감기는 눈.
모니터 아래로 고개가 푹 떨어졌다가 놀라서 깬다.
“어제 좀 일찍 잘껄…누워서 십분만 자고 싶다. 월급 받는 노예살이 쉽지 않네. 내가 이렇게 살아야 하나…”
졸릴 때 잠을 못 자면 그것만큼 고역도 없다.
졸음에 겨운 채로, 갑자기 인생 전반에 대한 원망이 피어오른다.
그 때 손목에서 진동이 울렸다.
스마트 워치다.
그 진동이 손목에서부터 온몸에 퍼진다.
‘시간이 순삭됩니다.’
처음 보는 문구다.
“뭐지”
확인 버튼을 눌렀다.
3초 정도 였을까?
시야 전체가 암전된 것처럼 까맣게 꺼졌다가 켜졌다.
“이게 무슨 일이야?”
깜짝 놀라 고개를 들어 주위를 살폈다.
사무실 풍경이 조금 달라져 보인다.
사람들이 바로 전과 다른 위치, 다른 자세이다.
컴퓨터 화면도 꺼져있다.
옆자리의 부장님이 일어나며 말했다.
“먼저 들어갈께요.”
그 말에 나는 “네?” 하고 되물었다.
부장님은 내 말을 못들었는지 총총총 사무실 문으로 걸어 나갔다.
‘무슨 일 있으신가? 왜 이렇게 일찍 나가시지?’
고개를 갸웃하며 부장님 뒷모습 바라보았다.
그러다 시계로 시선이 갔다.
6시 5분.
분명 방금 전까지
퇴근까지 한시간 반이 남아 있었는데.
스마트 워치를 다시 본다.
화면에 [순삭모드 사용 완료] 가 떠 있다.
나는 멍해졌다.
“…설마. 시간이 사라진 건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