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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긋난 톱니바퀴

by myview250528 2025. 12. 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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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긋난 톱니바퀴

 
순항하던 일상에 균열이 생겼다.
금요일, 회사에 오전 반차를 내고 아이 안과 검진을 하러 병원에 가던 길이었다. 거의 도착해서 이제 내리자, 하는 순간, 갑자기 아이가 심하게 구토를 했다. 십여초 남짓한 시간 동안, 배안에 모든 것을 쏟아내었다.
그렇게 기나긴 병간호가 시작되었다. 안과 검진은 개뿔, 바로 집으로 돌아와 소아과로 향했다.
소아과 선생님은 증상이 초기여서 똑부러지게 장염이다, 감기다, 진단하기 어렵다고 했다. 어린이집에서는 때마침 구토와 설사로 두 명의 아기가 집으로 갔다는 소식이 들린다. 설마, 이것은 그 무섭다는 노로 바이러스?
 
아픈 아이, 가정보육 어쩌지?
12월 중순. 금요일 반차를 쓴 나. 머릿속이 빠르게 돌아간다. 남은 휴가는 고작 하루반. 아이는 일주일 내내 집에서 있어야 하면 어쩌지. 어쩌면 주말 사이에 나을 수 있지 않을까, 라는 생각을 해보지만, 이 상황에 그런 안일한 기대는 도움이 되지 않는다. 남편 휴가는 이틀. 그래 월화수까지는 버텨볼 수 있겠다. 그럼 그 다음은? 눈앞이 깜깜했다.
 
노로바이러슨지 뭔지 그 몹쓸 것은 독했다.
아이는 금요일 하루 종일 토하고, 설사를 했다. 밤에는 배가 꾸룩꾸룩 거리고 몇번이고 배가 아프다며 문질러달라고 했다. 토요일엔 오전에 흰죽을 먹은 게 전부였다. 종일 배가 아파서 아무것도 먹지 못했다. 저녁에는 다시 병원에 가 수액을 맞고 돌아왔다.
증상이 호전될 때까지 옆에서 잘 돌봐야 했다. 미지근한 보리차를 조금씩 자주 먹이고, 소화가 잘되는 죽을 먹이고 때맞춰 약을 먹인다. 틈틈이 배를 문질러 준다. 밤에는 잘 자는지 열은 없는지 긴장하면서 살폈다.
조금씩 나아지나, 하며 화요일을 지나려는데, 다시 설사와 복통.
아, 이번주는 통째로 요양이로구나.
좌절이다. 정말
 
수요일까지 치달은 우리, 목요일과 금요일은 어떻게 해야하니 정말?
아, 이럴때는 그런 생각이 든다.
다 어떻게 키우는 거니 정말.
이런 날들을 다들 어떻게 지나가니.
모두 무슨 좋은 수가 있는 걸까.
 
잘 맞물려 돌아가던 일상의 톱니바퀴는 그렇게 튕겨져 나갔다.
아이는 아프고, 나는 더 빠질 수 없는 직장 앞에 서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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