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 다섯시, 오랜만에 일찍 달렸다.

지난 며칠 동안의 강추위 때문에 몸이 얼어붙었는지, 알람을 듣고도 일어나지지 않았다. 오늘까지 푹자고 내일 할까? 머리를 스치는 달콤한 유혹에 주저 했지만, 달리기 후의 상쾌함이 떠올라 일어날 수 있었다.
오늘은 좀 방심했는지 발목과 배가 살짝 살짝 바깥 공기에 그대로 노출됐다. 추위가 몸 속으로 사악 스며 들었지만 어쩔 수 없다. 중간에서 멈출수가 없으니, 이대로 계속 뛰는 수 밖에. 살이 시린 채 1km 정도 살살 뛰니 몸이 좀 풀린다. 총 7km를 달렸다. 땀과 열기로 온몸이 푹푹 젖었다.
겨울은 분명 달리기에 나쁜 계절이다. 제일 춥고, 어둡다. 잔뜩 껴입은 옷 때문에 몸도 무겁다. 그러나 달리기 후의 성취감은 사계절 중 제일이다. 어려움을 뚫고 해냈다는 자아도취의 계절.
집에 도착하여 문을 열자 낯선 온기가 몸안으로 촥 들어왔다. 욕실로 들어가 얼굴을 덮고 있던 스포츠용 바라클라바를 벗으니, 시뻘개진 얼굴에 머리까지 엉망진창인 모습이 거울에 비쳤다. 그 모습이 너무 흉해서 웃기면서도 흐뭇하다. 땀으로 범벅이 된 끈끈한 옷을 벗고 따뜻한 물줄기 아래로 얼른 가 마침내 샤워를 시작하자, 이번 달리기를 아주 잘 끝냈다는 생각에 콧노래가 나왔다.
뜨거운 김으로 가득 찬 욕실을 나와 얼굴에 화장품을 바르고, 머리를 말렸다. 쨍하게 시원한 보리차를 입안 가득 마시니, 몸 안으로 개운함이 흘렀다.
오늘도 신나게 달렸다. 뭐든 할 수 있을 것 같은 기운이 솟는다.
내일은 영하 11도란다. 내일은 더 멀리 뛰기로 했다. 좀 더 빈틈없이 여미고, 하의를 한 겹 더 입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