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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기처럼 춤추다 한 트로트 가수의 열성팬인 시어머니를 따라 콘서트에 다녀왔다. 그 날은 3일간 진행한 콘서트의 마지막날이었다. 출발 전부터 마지막날이 제일 재미있는 날이라는 기대감과 함께, 오늘이 지나면 무슨 재미로 사나, 하는 아쉬움을 토로하셨다. 콘서트장 주변은 열기로 가득했다. 영하 10도의 추운 날씨인데도 나만 추운가 싶을 정도였다. 난로가 있는 대기장소로 들어가보니, 꽉 들어찬 인파가 들뜬 표정으로 무리지어 담소를 나누고 있었다. 주로 중장년층 여성인데 그 나이대가 50대부터 90대까지다. 그 중에는 넘치는 사랑을 온몸으로 표현하는 부류가 있었는데, 한 사람은 모자에 다양한 사진과 문구를 배지로 만들어 화려하게 꽂고 있었다. 대형 사진을 족자로 만들어 허리춤에 찬 모습은 걸어다니는 배너같았다. 주변에 사람들이 .. 2026. 1. 18.
피니시 라인은 없을지도 모르겠다 2026년 1월 8일 목요일 새벽 5시, 영하9도어제 저녁엔 안전 문자가 쏟아졌다. (왜 여러번 보내는지 모르겠다!) 강추위를 예고하며 외출 시에는 방한용품을 철저히 챙기고, 어지간하면 나가지 말라는 경고였다. 허벅지가 시렸던 지난 기억이 떠올라 평상시보다 두툼하게 옷을 챙겨 입고 나섰다. 띄엄띄엄 불이 켜진 상가가 보인다. 무인슈퍼, 편의점, 건강원. 물건을 배달하느라 바쁜 트럭도 있었다. 형광색 작업복의 환경미화 요원을 보고는, 옷이 좀 멋진데? 라는 생각이 들었다.사거리가 나오면 두 번 건너 대각선 방향으로 향한다. 나의 달리기 코스가 시작된다. 나이키 러닝앱으로 목표를 맞춘다. 오늘은 8km! 야심차게 시작 버튼을 누르면 9, 8, 7 …카운트를 한다. 그 동안 재빠르게 핸드폰을 러닝용 허리띠에 .. 2026. 1. 11.
어둠이 짙을 수록, 아찔하게 추울수록 새벽 다섯시, 오랜만에 일찍 달렸다. 지난 며칠 동안의 강추위 때문에 몸이 얼어붙었는지, 알람을 듣고도 일어나지지 않았다. 오늘까지 푹자고 내일 할까? 머리를 스치는 달콤한 유혹에 주저 했지만, 달리기 후의 상쾌함이 떠올라 일어날 수 있었다. 오늘은 좀 방심했는지 발목과 배가 살짝 살짝 바깥 공기에 그대로 노출됐다. 추위가 몸 속으로 사악 스며 들었지만 어쩔 수 없다. 중간에서 멈출수가 없으니, 이대로 계속 뛰는 수 밖에. 살이 시린 채 1km 정도 살살 뛰니 몸이 좀 풀린다. 총 7km를 달렸다. 땀과 열기로 온몸이 푹푹 젖었다. 겨울은 분명 달리기에 나쁜 계절이다. 제일 춥고, 어둡다. 잔뜩 껴입은 옷 때문에 몸도 무겁다. 그러나 달리기 후의 성취감은 사계절 중 제일이다. 어려움을 뚫고 해냈다는 자아.. 2026. 1. 3.
방향을 바꾸다 지난 열흘 간 아이의 병치레를 수발하느라 내 몸도 완전히 녹초가 되었다. 켜켜이 쌓인 피로에 정신이 없었다.그래도 두번째 주말이 되자 서서히 몸이 돌아온다. 살짝 근질근질했다.그래, 내일부터 다시 새벽에 달려보자.일요일 저녁 운동복을 챙겨 거실에 두고 잠을 청했다. 하지만 월요일 새벽 5시, 몸은 말을 듣지 않았다. 몸보다 마음이 그랬는지도 모르겠다. 알람이 울렸지만 일어나지 못했다. 화요일도 수요일도 마찬가지였다. 목요일 새벽도 실패. 목요일은 크리스마스였다. 쉬는 날이다. 새벽 달리기는 아니지만, 가족과 아침식사를 하고나서 억지로 짬을 내어 밖으로 나갔다. 엉망진창이었지만 5km 를 달렸다. 일단 성공! 순환의 시작이다. 영하5도의 추운 날씨에 오랜만에 달려서 모든 것이 엉망진창이었다. 시간에 쫒겨 .. 2025. 12. 27.
어긋난 톱니바퀴 순항하던 일상에 균열이 생겼다.금요일, 회사에 오전 반차를 내고 아이 안과 검진을 하러 병원에 가던 길이었다. 거의 도착해서 이제 내리자, 하는 순간, 갑자기 아이가 심하게 구토를 했다. 십여초 남짓한 시간 동안, 배안에 모든 것을 쏟아내었다.그렇게 기나긴 병간호가 시작되었다. 안과 검진은 개뿔, 바로 집으로 돌아와 소아과로 향했다.소아과 선생님은 증상이 초기여서 똑부러지게 장염이다, 감기다, 진단하기 어렵다고 했다. 어린이집에서는 때마침 구토와 설사로 두 명의 아기가 집으로 갔다는 소식이 들린다. 설마, 이것은 그 무섭다는 노로 바이러스? 아픈 아이, 가정보육 어쩌지?12월 중순. 금요일 반차를 쓴 나. 머릿속이 빠르게 돌아간다. 남은 휴가는 고작 하루반. 아이는 일주일 내내 집에서 있어야 하면 어쩌지.. 2025. 12. 22.
나는 달린다 나는 달리기 시작했다. 본격적으로.7~8살 때 내꿈은 "달려라 하니"였다.만화 '달려라 하니'에서 하니는 역경을 딛고 진정한 육상선수가 되어가는 이야기다. 나는 하니가 되고싶다는 뚱딴지같은 생각을 했다. 나는 또래보다 힘이 좋았고, 곧잘 달렸다. 뛰는게 좋았다. 저~~~어기까지 달릴께! 하고 숨이 차도록 달렸다. 그러던 나는, 어느 순간 더이상 달리지 않는 어른이 되었다. 43세가 된 지금, 세돌배기 아들을 키우며 직장을 다닌다. 그리고 줄곧 정신없이 바쁘다. 아이를 재우다가 함께 잠들어버리기 일쑤다. 아이를 재운 후의 그 소중한 시간을 놓치고, 다음날 간신히 일어나면 울화가 치밀어 오른다.어느날, 지난 일주일 동안 내 시간이 단1분도 없었다는 걸 깨달았다.문득, 다시 달려야겠다,고 생각했다.시간이 없는.. 2025. 12. 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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